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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는 주자가 달리는 동안이나 달리고 난 후에 느끼는 도취적인 정신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1970년대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그 이전에도 납득할 만한 과학적 설명만 없었다 뿐이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현상이었다.
1975년에 각기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오던 두 연구팀이 주자들이 느끼는 행복감에 대한 생화학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연구하던 존 휴스John Hughes와 한스 코스털리츠Hans Kosterlitz가 돼지의 뇌에서 엔케팔린enkephalin이라고 부르는 물질을 추출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라비 시만토프Rabi Simantov와 솔로몬 H. 스나이더 Solomon H. Snyder가 송아지의 뇌에서 똑같은 물질을 발견했다. 다시 그들과는 별개로 에릭 사이먼Eric Simon이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모르핀 이었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먹고, 마시고, 자고 싶은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화학 물질이다. 이 물질은 달리거나 훈련을 하는 동안에, 사랑에 빠졌을 때나 상처 입었을 때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여러 시간 동안 혈액 속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많은 양의 엔도르핀은 황홀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모든 흥분을 느끼는 주자들은 엔도르핀의 효과를 느끼고 있는 걸 수도 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달리고 난 후 몸에서 엔도르핀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훗날의 연구는 주자들이 느끼는 도취감이 엔도르핀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화학물질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도취감의 원인은 신선한 공기나 근육의 사용(인간은 달릴 때 몸에 있는 660개의 근육 가운데 60퍼센트를 사용한다) 에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주변 환경이나 자연의 아름다움, 부드러운 경주로와 훌륭한 동반자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엔도르핀과 '러너스 하이' 간의 관련성을 검토한 1980년대의 연구는 실험 대상인 주자에게 엔도르핀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에도 그 주자가 여전히 '러너스하이'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그 효과를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없었기 때문에 곤란했다.
엔도르핀 자체에 대한 연구도 쉽지 않을뿐더러, 엔도르핀이 실제로 그러한 도취 현상의 원인인지 여부를 증명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과학자들이 흥분을 느끼는 주자들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인차가 매우 심하며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다소 막연한 현상을 다루어야 한다.
실제로 매우 건강한 사람들이 훨씬 높은 엔도르핀 수치를 기록한다. 또 만일 실험이 실내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행된다면, 그 러닝머신은 밖으로 옮겨져야 한다. 왜냐하면 신선한 공기와 엔도르핀의 결합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주자들은 '러너스 하이'를 오르가슴과 자주 비교한다. 한때 보디빌더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Amold Schwarzenegger는 체육관에서 이뤄진자신의 고된 훈련 과정들을 섹스와 비교했다. 섹스와 달리기의 유사점은
자신의 현존에 대한 강렬한 자각, 엄청난 노력 그리고 몸의 특정 부분들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강렬한 혈액의 흐름이다.
고된 달리기 후에 주자는 한층 고양된 행복감을 느끼며, 어떤 이는 그런 고양된 감정이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비례한다고 믿는다. 스트레스와 고통은 달리는 동안 엔도르핀의 생성을 촉발하고, 엔도르핀은 고통을 무디게 한다.
이는 아마도 원시 인류가 사냥을 위해 달려야 했던 데서 비롯된 아주 오래된 생존 메커니즘일 것이다. 원시인은 몸속의 화학물질이 사냥의 노고로 인해 생성된 고통을 완화해주었기 때문에 한층 더 전력을 다해 사냥감을 쫓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 가정이 맞다면, 엔도르핀의 생성은 진화에서 촉발된 특성인 셈이다.
달리기의 구루들
조깅족들의 성서는 흔히 짐 픽스라고 알려져 있는 제임스 F. 픽스James F. Fixx 의 <달리기 완전 정복 The Complete Book of Running》(1977년)이다.
그는 1967년에 서른다섯 살의 나이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그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웠고 몸무게는 109킬로그램이나 나갔다. 그의 근육질 다리로 겉표지를 멋지게 장식한 이 책이 1977년에 예상을 뒤엎고 베스트셀러 목록의 정상에 올랐을 무렵, 이미 그는 27킬로그램이나 감량한 열혈 조깅 애호가가 되어 있었다. 이 책으로 그는 유명 인사가 되었고,
국내외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주요 달리기 행사에 초청되었다.
픽스는 조깅 운동의 대중적인 상징이 되었지만, 이미 그 운동은 미국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책은 유럽의 조깅 운동에 더 큰 영향을 주었는데, 유럽은 당시 영화나 음악만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미국의 유행을 열심히 쫓아가려는 경향이 있었다. 1970년대 말에 조깅이 유럽에 상륙한 이후 이어지는 10년 내내 성황을 이루었다. 마침내 미국은
담배나 껌 말고 좀 더 유용하고 건강에 좋은 것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 셈이다.
1970년대에 미국에 등장한 또 한 명의 위대한 달리기 구루 조지 A. 시핸 George A. Sheehan은 아일랜드계 심장 전문의의 아들이었고, 그 자신 또한 심장 전문의였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14명 대가족의 장남으로 성장한 시핸은 학창 시절에 달리기를 했지만, 이제 그 자신이 가족을 꾸리게 되고 결국은 12명의 자녀까지 두게 되자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1963년에 마흔다섯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짧은 거리를 도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실, 중년 남성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 만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곧 점심 시간에 꼬박꼬박 달리기를 하러 나가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시행은 '부활한 주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예전의 그가 되었다. 시합을 위해서 매일 훈련을 하며 살던 날씬한 운동선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중년의 위기가 빚어낸 결과였으리라. 어쨌든 간에 달리기는 그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달리기가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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