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정된 장소에서의 정착생활, 개혁, 사회 분화

기원전 4000년대가 시작될 무렵에 판노니아 평원 동부에서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알트-띠무늬 토기 문화가 새로운 문화권에 의해 해체되었던 이 시기에 티서강과 그 지류를 따라 전 지역에 주거 구릉지가 형성 되었던 것이다. 

 

이후 이곳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 사람들이 거주했고, 이를 티서 문화라 부른다. 이 시기의 채색 토기에는 지역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전된 장식 스타일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헝가리 동부 문화 집단들을 더 상세히 분류할 수 있다. 이 문화들은 가장 특징적인 유적지(모두 주거 구릉지였음)를 따라 명명되었는데, 예를 들면 최스헐롬 문화, 헤르파이 문화, 고르저 문화 등이 있다. 이 시기는 유럽 동남부에 주거 구릉지가 가장 많이 퍼졌던 때였다. 알트에서는 현재까지 대단위 면적 조사
는 고사하고 그렇게 크지 않은 주거 구릉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 유적들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살리아에서도 이 시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자연적으로 형성된 언덕 위에 사회적 위계질서를 보이는 최초의 주거지들이 생겨났다. 이 구릉지들에는 중심에 메가론 건물이 있는 작은 성채가 위치 했고, 이 성채는 원형 성벽을 통해 아래의 도시 구역과 분리되었다. 북부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주거지 형태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북부 지역에서는 기둥 집이 일렬로 지어진 마을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2층집도 눈에 띈다. 이러한 가옥 배치 구조로 볼 때 북부 지역에서는 사회 조직 형태가 달랐을 것이라 짐작된다. 헝가리 남부 고르저와 같은  알푈트 지역 주거 구릉지들에서도 기둥, 식물성 재료를 엮어 짠 벽, 롬 마감의 구조를 가진 중앙집중식 건축물Zentralbau 건물 주축의 가로세로 길이가 같
거나 약간 다른 건축 형태들이 나타났는데 이 건물들은 어떤 특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살았던 공동체가 테살리아 주거 공동체들과 유사한 구조였음을 전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이 장소의 형성과정에 대한 지식은 아직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원전 4000년대 전반기에는 바나트(크르나 바라), 시르미아(고몰라바), 슬로베니아(밥스카), 보스니아 북부(바로시)에서도 주거구릉지가 형성되어 상당한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다. 이 지역들에서는 신석기 초기에 정착생활이 시작된 이후에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주거지를 바꾸는 교체식 주거지가 주를 이루었는데 기원전 4000년대 전반경 부터는 한곳에서 더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주거하는 주거 구릉지로 바뀐 것이다. 

 

흑해 서부 지역에서도 트라키아 평원에서 발칸산맥을 넘어 불가리아 동북쪽(오브차로보, 비니차, 폴라니차, 골라모델체보)과 도나우강 하류 (피에트렐레, 구멜니차)에 이르기까지 주거 구릉지가 확산되었다.


기원전 5000년 이후 이렇게 구릉지가 확산되는 동안 공동묘지 또한 서서히 증가했다. 공동묘지는 주거지역을 둘러싼 장벽 바깥에 있었다. 

 

최초의 공동묘지는 판노니아 평원 동부(바로시)와 도나우강 하류(체르니카)에서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가옥 근처 또는 가옥 바닥에 있었던 무덤은 확실히 줄어들었음이 확인된다. 이렇게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역은 신석기 초기와 달리 더 이상 서로 얽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공간적으로도 이승과의 분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철문 협곡과 흑해 사이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던 기원전 4000년대 전반기는 하나의 역사적 전환기를 이룬다. 하지만 이 변화가 만개하는 것은 기원전 4000년대 중반 이후에 가서다. 트라키아와 도나우강 하류의 기원전 4000년대 대략 전 기간은 동기시대(순동기시대純銅 또는 용기金石用期)라고 불린다. 

 

이 시기에 생활 전반에서 일어났던 변화는 새로운 역사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얘기될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카라노보 V기, 마리차, 보이안, 사바, 하만지아 등의 문화가 존재했던 기원전 4000년대 전반기는 초기 동기시대로 분류된다. 그 뒤를
잇는 기원전 4000년대 후반기의 코자데르멘, 구멜니차, 카라노보 IV기, 바르나 문화는 후기 동기시대로 분류된다. 여기서 특징점은 동기시대 초기에서 후기로의 진행이 상당히 연속성을 띠었다는 것이다.


유철문 협곡과 흑해 사이에는 신석기시대에 이미 적지 않은 주거 구릉지가 세워져 일정 기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사람이 살았다. 이후 기원전 4000년대 동안 주거 구릉지의 수와 거주민 밀도는 다시 한번 현저히 증가한다. 하지만 주거 면적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띠무늬 토기 주거지들에서 관찰되었던 것처럼 가옥이 세워져 있던 부지를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옥은 동일한 건축 모델로 지어졌고 사각형이었다. 또 기둥 건축 방식이 활용되었으며 내부 공간은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